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세금을 내었을 때,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았을 때 운전하는 내 모습이 신기하고 제법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다. 사전에서 ‘어른’을 검색해보면 ‘[명사]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 결혼을 한 사람.’이라고 나오는데 나에게 해당되는 것은 3번뿐인 것 같다. 내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는 아직도 확실히 답하기 어렵다.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태반이고 두려운 것이 많다. 그러나 나를 학생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느새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의 한 일원의 몫을 감당하고 있으며 결혼하여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돌아보노라면 나는 어른이 되는 과정들을 하나씩 겪었고 어쭙잖게나마 어른 노릇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릴 때의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어쩐지 어른이 되고나니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어른이 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세상일이 내 맘 같지 않네.”라는 것이었다. 내 생각대로 이뤄지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은 세상,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단 해야 하는 일이 우선인 세상. 먼저는 직장이라는 사회 속에서 나와는 다른 타인과 공존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배우며 내 생각과는 얼마든지 다른 관점들이 존재하는 것을 배웠다. 자녀를 양육하면서는 내안의 미성숙한 어린아이를 마주대하고 있다. 결혼도, 직장도, 자녀도 공통적으로는 내가 아닌 타인을 내 속으로 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어른이란 자신과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도 타인도 상하지 않고 서로를 성숙시켜나갈 수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욕구를 지연시켜야 할 때가 있으며 욕구를 통제할 줄도 알아야하며 때로는 욕구를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아마 이렇게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았을 텐데... 아이들이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말 속에는 아마도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다는 말이 숨어있을 것이다. 자유. 보통은 성인이 되면 자유로워진다고들 한다. 부모의 간섭이 벗어나는 시기라는 통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부모의 밑에 있을 때는 사고를 쳐도 부모가 그것을 수습해 주었지만 이제는 전부 내 몫이 된다. 다시 말하면 내 삶의 선택의 주인도 나이고 그 결과를 온전히 감내 혹은 감수해야하는 것도 나라는 것을 내포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된다는 것은 홀로서는 것이다. 미성숙한 자아의 특징을 벗어나 성숙으로 가는 것. 그것은 죽을 때까지 계속 되는 현재진행형이자 좋든 싫든 이미 어른으로 살아왔던 과거완료로 내 삶에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미성숙한 자아는 어린아이가 그렇듯 삶의 중심이 자신이 된다. 뭐든 내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한다.
만약 여전히 나만을 세상에 중심에 놓고, 내 의사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세상일에 나를 맞추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나로 인해 벌어지는 일의 공백으로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나로 인해 피해를 보는 누군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의 욕구를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세상에서는 욕구가 빠져나간 자리를 체념이 와서 채울 때 영혼이 자유로워진다고 했지만 그리스도인의 체념은 욕구가 빠진 자리를 감사가 채워야 한다. 내가 그것을 할 수 없는 이유는 하나님의 계획하심 안에 있으며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감사하며 그 분의 계획을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깨닫게 하시고 알게 하시려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너그러움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누구나에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주어진 삶에서 하나님께서 내가 깨닫기 원하시는 것을 바라보고자 하는 사모함이 필요하다. 하루하루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기쁨, 그리고 그것을 통해 나의 상처를 잘 성숙시켜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다짐이 모여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 만큼 배우게 되는 것들도 많다. 어른이 되면서 세상에는 나 아닌 타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며 타인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내 삶에 타인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주면 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특히 어른으로 살아가며 부모가 되어보니 우리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있다. 전에는 많은 것을 누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원망과 미움이 많았는데 이제는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의 삶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전에는 엄마와 대화를 해도 전혀 공감받지 못해 속이 텅 빈 것 같은 공허한 느낌이 들었는데 요즘은 엄마와 대화를 하면 공감과 위로를 얻을 때가 많아졌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엄마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며 기대를 많이 내려놓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또 한편으론 엄마 역시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예전보단 좀 더 유해지고 너그러워졌다고나 할까. 또한 여자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공유하며 나눌 수 있는 지점이 생겼다는 이유도 있다. 이렇게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이렇게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아진다. 그럼으로써 타인에게 관대해지고 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며 품어줄 수 있게 된다. 이런 넉넉함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군가의 아픔에 함께 울어주며 기쁜 일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러한 어른이 되고 싶다. 좋은 교훈을 말하는 사람이 어른이 아니라 그것을 삶으로 살아내는 사람이 어른이. 앞으로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처럼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가지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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