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은 언제부터 시작해야하나요?
블로그나 각종 육아사이트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질문들 중 하나는 바로 “훈육은 언제 시작해야 하나요?”입니다.
보통 이러한 질문을 하시는 부모님들은 대게 아이가 돌이 지난 이후부터 두 돌까지가 가장 많습니다.
아마도 돌 이후 아이들이 걷고, 돌아다니고, 자기주장을 펼치게 되면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고 그걸 제지하려는 부모님들과 부딪히면서 훈육의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ㄱㄱㄱ
그러면서 부모님들은 이제 슬슬 버릇을 바로잡아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시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 너무 어린데...’하고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어느 책에서는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시기부터는 훈육 시작해도 된다고 하지만 다른 책에서는 만 세 살 이전에는 이르다고 합니다. 다 말이 다르죠?
그렇다면 훈육은 언제 시작해야 할까요?
그것을 알기 위해선 훈육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봐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바로 ‘훈육=혼나는 것’ 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 세대를 포함하여 그 이전 세대는 문제 행동의 교정을 위해 소위 ‘혼나며’ 자랐습니다.
그러나 훈육은 혼나는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신체 및 정서적 안위를 위한 행동과 사회생활에서 기본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것들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훈육은 출생에 초기부터 이루어져야 합니다. 생에 초기부터 불편한 상황에서의 감정조절 능력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아기가 울 때 바로 가서 안아주는 것도 좋지만 엄마 얼굴을 보여주며 스스로 감정을 가라앉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때 주의사항! 아기가 울 때 방치하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질문을 가장 많이 올리는 엄마들이 돌 이후부터 24개월 이전이라는 것을 볼 때 아이의 문제행동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시기도 돌 이후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는 돌이 지나 걸음마를 하게 되면서부터 세상을 탐구하기 시작하고 끝없는 호기심으로 사건사고를 일으킵니다. 때로는 아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잘못된 학습과 행동의 강화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자신도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맞닥뜨린 부모는 그제야 ‘훈육’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훈육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더라도 훈육에 대해 소극적이고 망설이시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를 혼내면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이 아닐까...
엄하게 혼내면 부모와의 애착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자신과 남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훈육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언제 훈육을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알아볼까요?
1. 훈육의 뇌과학 측면
훈육을 해도 되고 안 되는 것을 가르치고 그것을 스스로 조절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훈육은 감정조절능력, 자기조절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OFC(안와전두피질, orbital frontal cortex)입니다.
감정조절 뿐만 아니라 애착과 신뢰감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위입니다. 이 OFC는 태아 9개월, 그리고 생후 24개월까지, 즉 33개월이 발달의 결정적 시기라고 합니다.
UCLA 정신의학과 앨랜 쇼어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처음 1년간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자라다가 돌쯤 되면 아이의 OFC 회로는 ‘제지(inhibitory)회로’로 바뀌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에서 지도와 길들이기가 시작됩니다. 이때 “안 돼. 그만해.”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데 이때가 특히 중요합니다. 특히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 제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입니다. 사랑만 받던 아이는 잠시 혼란에 빠지지만 엄마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있는 아이라면 엄마는 언제나 허용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긍정과 부정의 균형이 잡혀간다고 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이나 허용이 아니고 제한과 억제, 거절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너무 부정적인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할 때 만3세는 늦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 생일이 지나면서 조금씩 시작되어야 하고 생후 24개월부터는 훈육을 해야 합니다.
2. 훈육의 발달단계-자기개념, 타인개념
다른 의견에 따르면 훈육은 자기개념self concept이 생기고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생후 12개월이 지나면 아이는 점차 엄마와 자신이 분리된 존재라는 것은 인식하는 ‘분리 개별화’ 단계에 돌입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엄마로부터 떨어져 주의 환경에 관심을 보이게 되고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러 돌아다니게 됩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해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좌절을 맛보기도 하고 성취감을 얻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이 독립된 인격체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싫어!’라는 표현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점차 자신의 행동이 주위상황에 영향을 주고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때가 훈육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합니다. 즉, 자기, 즉 ‘나’라는 개념이 없는데 규칙을 가르치고 행동을 제한한다는 것은 아이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이 의견에 따르면 자기개념이 생기기 전까지는 되도록 훈육할 상황을 만들지 않고 웬만하면 받아주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만지고 싶어 하는 물건은 안 보게 치우고, 위험한 물건을 만지려 하면 대체물을 주는 것입니다. ‘나’에 대한 개념이 생기면 그때부터 ‘나’의 행동도 돌아볼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라는 자기개념은 언제 생길까요? 그걸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의 코에 립스틱을 묻히고 거울을 보여주는 실험입니다. 자기 개념이 생긴 아이는 거울이 아닌 자신의 코를 바로 만진다고 합니다. 거의 18~21개월이 되면 아이들은 남과 다른 자기를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훈육도 마찬가지로 이 시기 즈음 이루어져야 한다고 합니다.
3. 훈육의 기본 전제, 애착
우리 시대를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애착’은 누군가와 친밀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합니다. 애착이 잘 형성되지 않으면 문제행동으로 바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습니다.
애착은 생후 36개월까지 발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님들은 36개월까진 꾹 참고 훈육을 미루기도 합니다. 애착은 무조건 허용해준다고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 엄마가 신이 아닌 이상 무조건 받아주지도 못합니다. 현실적으로 이리저리 사고치고 돌아다니는 아이에게 “괜찮아.”만 반복한다면 아이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 사회에서의 적응은 점점 멀어집니다. 36개월 이후에 가르치려 할 때 이미 늦습니다. 되고 안 되고를 알려주는 단단한 부모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은 안정감을 얻고 애착이 단단해집니다. 그러니 36개월 이전에 훈육에 대한 이해를 갖고 아이들을 대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이렇게 여러 방면으로 훈육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그렇다면 훈육은 언제 시작해야 하는가? 보편적으로 24개월, 두 돌 전후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여러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보편적으로 24개월이라는 말은 우리 아이에게 해당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발달이 빠를 수도 있고, 어떤 아이는 발달이 느릴 수도 있습니다.
또 아이마다 훈육이 필요한 행동이 나타나는 시기가 다 다릅니다.
뿐만 아니라 부모의 성격이나 각 집안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부모는 수용할 수 있는 행동이 다른 부모에게는 훈육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동안 훈육을 하지 않았던 엄마라도 ‘어~ 이건 좀 아닌데~’라는 행동을 하게 되면 ‘가르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그 시점이 아마 훈육이 시작되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훈육은 언제 시작해야 하나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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